본문 바로가기
뇌과학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 책 요약 (9장: 동물기계 되기)

by librariann 2024. 4. 9.

인간, 자연, 그리고 의식의 본질

중세 시대의 사람들은 존재의 대사슬을 통해 우주를 이해했습니다. 이 대사슬에서 신은 정상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천사, 인간, 동물, 식물, 광물 순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은 이 대사슬에서 영적인 영역과 물리적 영역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의식이나 자아가 단순히 영적인 것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현대의 이해와는 다릅니다.

 

데카르트의 주장과 그 한계

르네 데카르트는 우주를 사유하는 실체(마음)와 연장된 실체(물질)로 나누었습니다. 이 이분법은 마음과 몸, 의식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형이상학적 질문을 낳았습니다. 18세기에  즬리앵 오프루아 드 라메트리는 데카르트의 동물기계론을 인간에게까지 확장시키며,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의식이나 마음도 결국 생명의 한 속성으로 볼 수 있으며, 생물학적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장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우리의 의식적 경험은 살아 있는 신체와 함께, 신체를 통해, 그리고 신체 때문에 일어난다고 봅니다. 우리의 동물적 구조는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의식적 인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생명과 마음, 의식의 본질과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물학적 기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은 모두 우리의 생리적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단지 의식적인 존재로서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세상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정체성

우리의 정체성과 자아는 단순한 기억이나 미래 계획의 집합체 이상의 것입니다. 그 깊숙한 곳에는, 우리의 개인적 정체성이나 신체 소유감을 넘어선, 더욱 근본적인 '존재의 감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물로서의 신체가 아니라, 신체 내부와 연결된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체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로 인식하는 감각인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은 외부 세상에서 오는 정보를 처리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 안에서 오는 정보, 즉 내수용 감각은 신체 내부의 생리적 상태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것은 심장 박동, 혈압, 혈액의 화학적 구성 등을 포함하여, 우리 몸이 얼마나 잘 기능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몸과 연결되어 있는 '정서와 기분'

정서와 기분은 오래전부터 신체 상태와 연결되어 있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윌리엄 제임스와 칼 랑게는 정서가 고대 철학자들이 말한 것처럼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 아니라, 신체 상태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신체적 상태를 지각함으로써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우는 것은 슬픔 때문이 아니라 우는 행위로 인한 신체적 상태를 지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론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정서의 발생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 평가 이론은 정서가 단순히 신체 상태의 변화를 읽는 것을 넘어서, 그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을 고차원적으로 평가하는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정서가 특정한 신체 상태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도 됨을 시사합니다.

연구와 실험을 통해, 우리는 정서와 기분이 신체 내부에서 오는 정보, 즉 내수용 감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외부 세계뿐만 아니라 내부 세계와도 깊은 연결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생리적 상태가 우리의 정서적 경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의식적 경험은 단순히 우리의 마음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과 기분, 심지어 우리의 깊은 자아까지도 우리의 생리적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가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정서와 기분: 제어 중심 지각

1950년대의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이버네틱스와 인공지능(AI)이 그 당시에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유망한 분야로 등장했습니다. 사이버네틱스는 기계가 목적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무생물과 생물 사이의 새로운 다리를 놓았습니다.

1970년에 발표된 윌리엄 로스 애슈비와 로저 코넌트의 '좋은 제어기 정리'는 사이버네틱스에 대한 중요한 측면을 드러냅니다. 이는 좋은 제어기는 그 시스템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죠. 이 개념을 통해 사이버네틱스는 예측과 제어의 관계를 깊게 탐구하며, 피드백과 예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이버네틱스와 예측적 지각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제어와 의사소통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뇌가 세상과 몸의 상태를 어떻게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사이버네틱스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 단순히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제어와 조절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서와 기분의 경우, 이를 신체의 필수 변수를 조절하는 제어 중심 지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정서적 경험이 단순히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되며, 우리 몸의 필수 변수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한 행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정서와 기분은 우리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적 경험은 우리 몸 안에서, 몸을 통해, 그리고 몸 때문에 발생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의 일차적인 목표는 생존입니다. 이는 진화가 우리에게 부여한 가장 기본적인 필수 요소입니다. 유기체는 생리적 통합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이는 뇌의 존재 이유입니다. 뇌는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생리적 필수 변수들을 조절하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이러한 조절은 우리의 내부 상태에 대한 베이즈 최선의 추측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내수용 감각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이 추측 과정을 내수용 추론이라고 합니다. 이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처럼, 내부 상태에 대한 제어된 환각의 한 형태입니다. 내수용 추론의 목표는 생리적 조절이며, 이는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달성됩니다.

예측적 제어는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혈액의 산도가 적절한 범위를 벗어나기 전에 적절한 반응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은 이상성(알로스타시스)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이는 변화를 통해 안정성을 얻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정서와 기분은 이러한 생리적 조절 과정의 제어 중심적 지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정서적 경험이 외부 상황과 관련이 있는 동시에, 우리 몸의 생리적 상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정서와 기분은 제어된 환각이자 제어하는 환각입니다.


나를 계속 '나'로 느낄 수 있는 이유: 제어를 위한 예측 시스템

8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이제 정서와 기분에 대한 지각이 시간에 걸쳐 어떻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지, 그리고 이가 동물기계 이론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주관적인 안정성은 내수용 신호에 대한 사전 확률의 정밀도를 높임으로써, 즉 자기실현적인 방식으로 달성됩니다. 이는 신체의 생리적 상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것입니다.

내수용적 최선의 추측이 원하는 생리적 생존 가능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예를 들어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그렇게 실제로 유지되는 것은 능동적 추론 덕분입니다. 이는 신체적 자아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과 연결되어,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뇌는 살아 있다고 예상하는 사전 믿음을 절대 갱신하지 않습니다.

또한, 변화 자체도 일종의 지각적 추론이기 때문에, 뇌는 신체 상태의 변화를 약화시키는 사전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기 변화 맹목'이라는 현상을 통해 우리가 생리적 상태가 변해도 그 변화를 지각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우리는 시간이 지나도 우리 자신을 안정적으로 지각하게 됩니다. 이는 생리적 상태의 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지각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지각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가 자아에 대해 가지는 지각이 실제보다 더 안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시스템이 잘못 지각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고차원적 자아라는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으며, 우리는 자아의 모든 단계에서 생리적 및 심리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제어하기 위해 지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