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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 책 요약 (6장: 관람자의 몫)

by librariann 2024. 3. 19.

내가 된다는 것 책표지

통찰의 시대: 20세기 초 빈의 예술과 과학이 어우러진 지각적 경험의 탐구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된 지각적 경험의 심층구조 탐구는 쿠르트 괴델, 루돌프 카르나프,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등 빈학파 인사들과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에곤 실레,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근대 문화와 학문의 선구자들이 참여한 모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세기 초 빈에서 예술과 과학은 서로를 보완하며 풍부한 지적 분위기 속에서 잘 어우러졌으며, 이 두 분야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인간 경험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특징적이었다고 신경과학자 에릭 칸델은 말했다. 그는 이 시기를 통찰의 시대 the age of insight라고 불렀다.
 
통찰의 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는 리글과 에른스트 곰브리치에 의해 널리 알려진 '관람자의 몫' 개념이다. 이것은 예술 작품은 관람자의 지각적 경험의 일부를 통해 '완성'된다는 주장이다. 예술작품이 관람자의 하향식 추론을 통해 지각되며, '순수한 눈'이란 존재하지 않고 모든 시각적 지각은 개념 분류와 시각 정보의 해석에 기반한다는 에릭 칸델의 설명과 연결되어, 예측적 지각 이론(제어된 환각이론)을 뒷받침한다.
 
'관람자의 몫' 개념은 클로드 모네, 폴 세잔, 카미유 피사로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에서 나타난다. 이들은 시각의 주관적이고 현상학적 측면을 정교하게 이해하고 이용했다. 즉, 빛의 변화를 통해 관찰자의 시각 체계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어 강한 지각적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곰브리치는 인상주의자의 작품에서 물감과 붓질이 마치 생명을 얻는 듯한 현상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단지 객관적 현실을 그저 수동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뇌가 투사한 외부 세계를 생생하고 현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예술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험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예측에서 환각까지: 인간 지각의 심층적 이해와 경험의 구조

뭔가를 예측했을 때 예측하지 않은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상을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지각적 예측의 효과이다. 이는 예측이 의식적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실제 인식 속도와 정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려준다.
 
환각은 지각적 예측의 원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모든 경험은 감각 환경에 대한 지각적 예측 투사에 의존하고, '환각'은 지각적 사전 확률이 강력하여 감각 데이터를 능가하고 뇌가 현실을 잘못 해석할 때 발생한다고 책에서는 설명한다.
 
사물성: 우리는 우리가 직접 보지 않는 사물의 부분까지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사물성에 대한 인간의 지각을 탐구한다. 인지과학에서 '감각운동 수반성 이론'은 지각의 내용이 행동과 감각의 결합에서 나오는 뇌의 암묵적 지식에 기반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사물의 '사물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 이론에 따라, 행동에 대한 감각적 결과의 예측이 가능하게 하는 생성 모델은 사물의 뒷면과 같이 직접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지각할 수 있게 한다.
 
변화: 세상의 물리적 변화와 우리의 지각 사이에는 항상 직접적인 대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지각은 지각적 경험의 심층구조와 우리 뇌의 최선의 추측에 의해 결정된다. 이로 인해 실제로 움직임이 없음에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지각적 인식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실제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각이 변하지 않는 '변화맹'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변화맹은 느린 변화나 일부 요소의 유의미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철학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할 때 우리는 여전히 원래의 색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색을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지각하는 것과 지각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구분해야 하며,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나 시간을 경험하는 것 모두 지각적 추론의 한 형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제어된 환각: 시간 지각과 인식의 신경적 기반

시간은 때로는 느리게 기어가는 것처럼, 때로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의 뇌에는 시간을 경험하는 기관이 없다. 우리는 매초, 매시간, 매달, 매해의 흐름을 경험하지만, 시간 경험도 다른 모든 지각적 경험과 마찬가지로 '제어된 환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제어하는 것은 내부 시계의 똑딱거림이 아니라, 지각적 내용이 변화하는 비율에 근거한 추론이다. 이는 인간과 인공 신경망 모두에서 확인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fMRI를 사용하여 참가자들이 영상을 보고 그 길이를 추정할 때의 뇌 활동을 기록함으로써, 시간 지각이 내부 시계의 작동이 아니라 시각 체계의 활동과 지각적 최선의 추측에 기반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 이는 시간에 대한 경험이 시각 체계의 뇌활동을 통해 깔끔하게 예측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시간 길이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신경적 메커니즘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한다.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인과성을 우리가 직접 감지할 수 있는 객관적 특징으로 보지 않고, 반복적인 사건의 지각에 기반해 세상에 '투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인과성이 실제로는 지각적 추론의 결과임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경험하는 형태, 냄새, 사물성, 변화, 지속 시간 등도 모두 우리 마음이 내적 감성에서 빌린 '색'으로 자연을 '도금하고 윤색하는' 제어된 환각의 일종이다. 흄의 관찰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의 모든 면이 우리의 지각적 구조와 예측에 기반한다는 근본적인 인식을 제공한다.
 
우리가 지각 구조를 객관적 실제로 경험하는 이유는 지각이 우리의 움직임과 행동을 지원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어된 환각은 우리가 세상을 효과적으로 탐색하고 대응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외부 환경에 대한 생성 모델을 통해 세상의 감각적 흐름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행동을 안내한다. 따라서,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학적 특성들—색깔, 인과성, 형태, 냄새 등—은 객관적 현실이 아닌, 이 생성 모델의 일부로서 우리에게 유용하게 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