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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뇌과학으로 본 환각, 환청, 환시, 착시

by librariann 2024. 3. 2.

2002년 9월 30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는 한 43세 여성 환자가 겪은 놀라운 뇌 수술 경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환자는 수술 도중 의사가 병변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한 탐침에서 발생한 전류가 특정 뇌 부위를 자극했을 때, 자신의 몸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수술실 천장에서 자신이 수술받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웃 오브 보디 익스피어리언스(Out of Body Experience, 유체이탈 경험)'로 불리며, 변화된 의식 상태에 대한 연구에서 뇌 과학의 한 분야로 간혹 언급됩니다. 

환각&#44; 환청&#44; 환시&#44; 착시
환각, 환청, 환시, 착시

 

환각을 일으키기 쉬운 체감각

 

인체가 경험하는 감각 중에서도, 특히 우리 몸 안에서 느껴지는 체감각은 환각을 쉽게 일으킬 수 있는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각이나 청각을 통한 착각, 예를 들어 착시나 환청도 환각의 일종이지만, 이들은 대체로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체감각에 의한 환각은 훨씬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감각이 다양한 뇌 영역의 영향을 받아 쉽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중요성은 우리의 공감 능력과 감정 이입에 기여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즉, 다양한 감각 경험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강화시키는 기반이 됩니다.

 

시각과 청각 정보는 매우 구조화된 경로를 통해 우리의 뇌로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시각 정보는 망막에서 시작하여 1차 시각 영역까지 명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이러한 구조는 청각 정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러한 명확한 경로는 시각과 청각 정보가 상대적으로 외부 간섭을 받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 줍니다. 이에 비해, 체감각은 뇌의 다른 부위와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어, 체감각의 환각은 더 흔하고 본질적인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대뇌피질 영역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하고 섬세한 감정이 생성되는 과정입니다.

 

특정한 종류의 환자들은 사진을 보고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대답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첫 번째 유형의 환자들은 시각 정보를 종합하여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2차 시각 영역에 문제가 있어서, 사진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의 환자들은 체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섬엽에 이상이 있어,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뇌섬엽은 체감각 통합 영역에서 핵심적인 부위로, 운동 영역과 인접해 있으며 내부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유체이탈 경험을 한 사람들이 겪는 현상도 이 두 번째 유형의 환자들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체감각 연합 영역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물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을 만졌을 때, 그것이 동전임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시각적으로 확인하면 동전임을 알 수 있지만, 오로지 촉감에 의존했을 때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체감각 연합 영역이 과거의 기억을 불러와 현재 만지고 있는 동전과 관련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구성하고, 이를 현재의 촉각 감각과 연결시켜 동전임을 파악하는 과정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체감각 연합 영역에 이상이 있으면, 사물을 기억하고 그것을 현재의 감각과 연결시키는 능력이 손상됩니다. 이는 두정엽의 연합 영역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하는 인식 불능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어떻게 다양한 감각 정보를 통합하여 일상 생활 속 사물을 인식하고 이해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시각의 착각

 

시각과 관련된 중요한 실험은 이런 인지 과정의 복잡성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연구자들은 전구를 방사선 패턴으로 배열하고 점멸시킨 후, 원숭이를 마취시켜 방사선 추적 물질을 사용하여 시각 영역을 추적했습니다. 실험 결과, 전구의 방사 패턴과 같은 위상 구조가 원숭이의 시각 피질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후두엽 세포들이 외부 세계의 패턴을 그대로 매핑하며, 우리가 바깥 세상을 정확하게 지도화하여 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정보가 뇌의 고차 영역으로 전달되면서 다른 입력들과 결합되어 해석이 변화하기도 합니다. 착시 현상은 이 과정에서 뇌가 외부 세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시각 처리 과정의 복잡성과 뇌의 해석 능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얼굴 인식에 우리 뇌가 얼마나 민감한지를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에 대해서 인간의 뇌는 하측두엽에 특정 영역을 할당합니다. 그래서 미묘한 어굴 표정도 하측두엽에서 자체히 처리되어 세밀한 차이도 인지할 수 있습니다. 또 시각은 매우 구성적이어서 실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뇌가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인간의 얼굴은 감정 표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구름이나 산과 같은 자연물의 모양에서도 사람의 얼굴을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

 

뭔가를 느낀다는 것은 매우 섬세한 활동으며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이 활동은 뇌뿐만 아니라 인체의 각 부위와 놀랍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관찰과 실험들은 우리에게 인간의 뇌가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 정보 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유체이탈 경험에서부터 감각의 착각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현상들은 우리의 뇌가 실제와 가상, 내부와 외부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고, 때로는 이 경계를 넘나들면서 우리의 인식과 경험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뇌가 어떻게 우리의 의식, 인식, 그리고 자아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촉발시킵니다. 결국, 이 모든 탐구는 우리가 더욱 복잡한 인간의 정체성과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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